코로나 블루 넘어 분노 표출하는 이들 늘어
분노조절장애 치료받는 환자수 증가 예상
전문가 "분노 관리 중요"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무기력을 넘어 이젠 짜증과 화가 나죠."
직장인 이모(28)씨는 요즘 부쩍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퇴근 후 직장 동료와 술 한 잔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그는 "답답한 일상이 계속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화를 내는 경우가 잦아졌다"면서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바로 폭발할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유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울감을 토로하다 분노를 표출하는 이들이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여러 제약이 나타나면서 느끼던 우울감이 분노로 발전한 것이다. 취준생 박영준(27)씨도 "취업이 되지 않는 것도, 마스크를 끼는 것도 정말 답답하다"면서 "이런 현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25일∼28일 전국 성인 남여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상황 이후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이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뉴스에서 어떤 감정을 가장 크게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47.5%는 '불안'이라고 답했고 분노(25.3%)와 공포(15.2%)가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 8월 초 동일한 설문과 비교할 때 불안이라고 답한 비율은 15.2%포인트 줄었지만 분노는 2.2배, 공포는 2.81배 증가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한국 사회의 분노 지수가 계속해 증가하다보니 올해는 분노조절장애로 치료받는 환자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분노조절장애 진료실 인원 현황'을 보면 올해 1월~6월까지 분노조절장애 환자는 지난해의 61.7%인 1389명으로 집계돼 코로나19 국면에선 분노조절장애 환자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분노의 감정은 가정폭력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자신의 감정이 분노 상태라는 것을 우선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런 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런 감정을 타인에게 알려 충돌을 줄이고 운동 등으로 분노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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